충북) 충주 차박 캠핑 1박 2일 : 수주팔봉
충청북도 충주 차박 캠핑 1박 2일 : 수주팔봉
2020년 5월 18일 (월) ~ 19일 (화)
충주 수주팔봉 (2020/05 기준)
- 무료 노지 차박
- 화장실/개수대 있음 (온수 X)
- 샤워실 X
- 전기 X
- 입구 매점 있음 / 장작 판매
- 길 건너 팔봉 글램핑장에도 매점 있음
- 뷰 짱짱맨
- 주말에 사람이 매우 많음
- 화장실이 붐빔
* 주변 가볼만한 곳 : 수주팔봉 출렁다리
참으로 쉽지 않았던 수주팔봉에서의 차박...
생애 처음으로 도전한 솔캠이었는데 생고생을 맛보고 왔다.
근데 이것도 시간이 한참 지난 뒤 포스팅을 하려고 생각해보니, 그저 즐거웠던 기억으로 떠오른다. 하하하
갑자기 휴일이 생겨서 급하게 떠났던 수주팔봉인데,
비가 올 수 있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으나 돌풍이 온다는 소식은 왜 몰랐을까..?
일단 수주팔봉 도착! 캠핑, 차박 명소!
명성대로 참 뷰가 끝내주는 곳이었다.
물론 그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던 차박이었지만...
우중 차박 캠핑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는데, 이렇게 제대로 준비하지도 못한 채
그것도 마침 처음으로 혼자 떠난 캠핑에서 마주친 것은
참으로 당혹스러웠더랬다...
도착했을 때의 날씨는 바람이 좀 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쾌청했다고.. 한다..
일단 셋팅 고고씽
1박 2일 일정이어서 짐은 좀 단출하다.
괜히 다른 캠핑 고수들마냥 돗자리 깔고 장비들을 늘어놓아본다ㅋㅋㅋ
이번에 새로 구비한 미닛츠 구이바다까지 짜라란!
혼자서도 셋팅 뚝딱 뚝딱 성공!
처음 혼자 온 거라 폴대를 지난번보다는 낮은 것으로 설치해서
옆 면이 좀 더 아래까지 가져지도록 해봤다.
더 많이 가져지니 왠지 더 안전하고 안정감이 있는 느낌적인 느낌.
아, 여기 바닥에 팩이 잘 안 박혀서 고생을 좀 했다..
결국 큰 바위들로 한 번 더 고정을 해놓은 상태.
지난번 보리울에서 덕틀 톡톡히 본 모기장도 셋팅했다.
환기도 시킬 겸 모기장 설치해놓고, 앞뒤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놨었는데,
이게 나중에 화를 불러온다.... 어휴..
셋팅 다 해놓고 내 자리에 앉아서 보는 뷰!
기가 막히게 좋은데, 사실 내가 이 자리에서 이 풍경을 즐긴 건
정말 진짜 진짜 얼마 되지 않는다...ㅋㅋㅋㅋ
멍 때리면서 조금 앉아있는데, 바람이 심상치가 않아서
타프는 걷기로 했다. 괜히 날아가고 폴대 넘어지고 이러면서 사고 치면 곤란할 것 같아서..
어차피 혼자여서 스파크 내부에도 대략적인 셋팅은 가능함!
한 켠에 취사 관련 용품 박스 하나 놓고, 그 옆으로 아이스박스랑 테이블 놓으니 딱이다.
대략 정리해놓고, 점심으로 간단하게 쫄면 흡입 :)
색깔이 약간 거무죽죽하게 나왔지만, 보기보단 맛이 아주 좋다.
뭐.. 뭘 먹든지 밖에서 먹으면 다 맛있지만서도..
타프 철수 후, 밖에 꺼내놨던 용품들을 차 쪽으로 짝짝 붙여놓고,
잠깐 주변 산책을 시작해본다.
여기저기 푸릇푸릇 보기 좋다.
비가 와서 공기도 더 상쾌하고..
월요일이라 사람들도 없이 한적하니 아주 좋더라..
근데 월요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돌풍 예보 때문이었을지도.. 이 바보야..
일단 차로 돌아와서 책도 좀 보면서 뒹굴댄다.
그래 과거의 나야.. 이 시간을 만끽하여라..
마지막 휴식이 될 것이다... ㅋㅋㅋㅋ
아, 그리고 수주팔봉의 화장실은 요렇게 되어있다.
입구 쪽에 위치해있고, 화장실 옆쪽으로 개수대가 붙어있다.
외형은 좀 낡아 보이지만, 내부는 관리를 잘해주시는지 깨끗하다.
물론 주말에 사람 많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자 화장실 기준 내부에 4개 칸, 세면대 1개가 있었다.
한참을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바람도 거의 안 불고 잔잔하니
햇살도 비치고 그러길래.. 나는 머리 위 가득한 먹구름은 보지도 못한 채
뭔가 날씨가 좋아지는 건가?라는 착각으로 마음이 들떠 버림..
그렇게 다시 재빨리 타프를 설치했는데, 그때부터 고난이 시작된다.
그냥 후방 텐트만 설치해놓고, 내부에 뭐 해 먹을 것까지 다 해놨으니
안에서 즐기면 되었을 것을 왜 그랬을까 하하하
어쨌든 끝내주는 뷰 앞에서 고기를 구워본다.
산책할 때 들렸던 건너편 팔봉 글램핑장에서 막걸리와 콜라도 사 오고
첫 개시하는 구이바다에 설레임 가득..
꽤 그럴듯하게 셋팅도 하고, 이제 고기 다 구워졌으니 먹자! 라고 생각하는 찰나
천둥이 들리고,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폴대도 흔들리고 이대로 괜찮을지 고민을 하는데 비가 와다다다다닥 하고 쏟아붓는다.
완전 퍼붓는 비ㅋㅋㅋㅋㅋㅋ
일단 젖을 것 같은 것들은 차 안으로 쑤셔 넣고 비닐로 테이블이랑 아이스박스 덮어 놓고,
후방 텐트도 그냥 구겨서 차 아래로 넣어놓고 (텐트는 왜 걷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타프로 밖에 있는 모든 장비 위를 덮어서 돌로 고정해 놓고
한숨 돌리려는데 창문을 안 닫은 게 생각남... 와... 아찔..
창문 얼른 닫고 차 안으로 피신ㅠㅠ
힝... 요렇게 스텔스로 앉아서 창문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는
다른 분들의 영상이나 글들을 보면서 그렇게나 좋아 보였는데,
난 그냥 난민.. 준비 없이 비 얻어맞은 난민..
심지어 창문을 늦게 닫는 바람에 한쪽으로 빗물이 흥건히 들어와서
한쪽은 자충 매트까지 척척하다.. 수건으로 급하게 닦아냈지만,
비가 들이친 쪽은 아주 촉촉한 수분감^^^^
다행히 자려고 셋팅했던 곳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본다..
저렇게 들어와 앉아서, 내가 왜 타프를 쳤는가
그냥 후방 텐트만 해서 안에 잘 앉아있었으면,
우아하게 나도 우중 차박이라는 것을 해볼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오만가지 생각으로 가득할 때 천사 같은 옆집 캠퍼분이 손을 내밀어 주심ㅠㅠ
혼자 오신, 나에게 아버지뻘 되시는 분이셨는데
비가 살짝 가늘어진 틈에 오셔서, 밥 먹다가 그러지 않았냐며
와서 밥 먹으라고 이럴 땐 서로 돕고 그러는 거라고 따뜻하게 권해주셨다.
낯가리는 나도 용기를 내어 아버님의 쉘터로 입성!
덕분에 진짜 아름다운 추억으로 이 고생기를 남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살치살에 앞다리살까지 구워주시고, 감자에 양파 얹고 누룽지 밥까지 완벽.
다음날 아침까지 해주셨는데, 나는 드릴 것이 없어 송구했던 시간이다.ㅠㅠ
처음 만나는 사람이고, 나이대도 직업도 공통분모가 없어도
이렇게 편하고 길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신기했던 시간이다.
혼자의 시간을 좋아하는 나도 좀 더 많은 캠핑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랑 친구 해주실 분...)
다음날 아침.
밤새 내린 비로 물이 많이 불어나고, 색도 황토색으로 변해버렸다.
트렁크를 열어놓고 환기를 시키고 있자니,
산 위로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캠핑에서는 아침의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맑고 깨끗하고 산뜻하다.
그리고 조용한 가운데서 새소리와 함께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 참 좋은 시간.
이제 트렁크 아래 널브러져 있던 각종 장비들을 정리할 시간ㅠㅠ
일단 차 내부도 아직 축축해서 환기하려고 비가 내리지 않는 틈을 타서 열어놓고
장비들의 물기를 닦아서 넣어본다.
다행히 큰 비닐을 가져와서 타프랑 텐트는 비닐로 꽁꽁 싸매 놨다.
옆집 천사 아버님은 아침도 먹으라며, 손수 파스타를 만들어서 한 번 더 초대해주심.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
내가 쉘터를 사게 된 결정적인 만남ㅋㅋㅋ
아버님이 커피 내려주시고 분위기 좋은 음악 켜주신 뒤
차 속 짐을 정리하러 가신 사이, 노래랑 빗소리가 너무 잘 어울려 영상도 하나 남겨봤다.
소리가 참 좋다.
대화의 희열 김영하 작가님 편에서 여행에 가셨을 때
녹음을 많이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번 빗소리가 너무 좋아서 영상을 찍었지만,
꼭 특별한 소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진도 좋지만 소리를 담아오는 것도 큰 추억이 되겠다 싶다.
과연 다음에는 좀 온전한 솔로 캠핑을 즐길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하다....
잘 있어 수주팔봉아...
이번에 비가 와서 출렁다리에도 못 갔네..?
떠나려고 하니까 하늘이 맑아진다..
너무 하는 거 아니니ㅠㅠㅠㅠ
해도 뜨고, 서운한 마음이 밀려온다ㅋㅋㅋㅋㅋㅋ
꼭 재도전해야지... 흥!
기다려라 수주팔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