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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소설) 페인트 : 이희영 _창비모든 곳의 문장/01 단상 _ 책의 문장 2025. 2. 12. 16:52
[한국 장편 소설]
페인트 :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를 고르시겠습니까?
이희영 지음
창비
책의 띠지에 적혀있는 문구가 꽤나 강렬하다.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를 고르시겠습니까?'
창비의 청소년 문학 카테고리에 속해있는 듯한데
읽고 나면 오히려 어른들이 읽었을 때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은 내용이었다.
페인트는 '아이'와 '부모'라는 관계를
서로 선택, 포기가 가능하게 그리고 있다.
어른들의 실수로 인해 태어난 생명들 혹은
정말 피치못한 상황 때문에 아이를 온전히 책임질 수 없을 때
국가에 맡기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NC센터에서
아이를 성인이 될 때까지 책임진다.
동시에 입양처를 알아봐서 매칭해 주는 일도 진행하는데,
페인트라는 부모-아이 면접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합숙을 통해 최종적으로 가족이 된다.
입양을 하게 되면 부모 입장에서도
국가에서 큰 원조를 받을 수 있게 되고
아이 입장에서도 NC센터 출신이라는
색안경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입양의 결정,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전적으로 아이에게 달려있다.
그래서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졌겠지.
꽤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지
많은 문장에 밑줄이 그어있었다.
NC 출신이라는 사실을 물감으로 지워 버리고 싶었을까?
혹은 자신의 미래를 원하는 색깔로 물들이고 싶었던 걸까.
각기 다른 색이 서로에게 물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부모 면접이었다.
색이 섞여 전보다 밝게 빛날 수도 있고, 탁하게 변할 수도 있었다.선택에 의해 가족이 되는 과정은 전적으로
각자의 필요에 의해서일 거다.
그저 아이가 좋기 때문에 입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이가 좋다' 라는 것도 어쩌면
나의 적적함을 위로해줄 존재, 혹은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내 집에 둔다라는 의미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저 사람과 내가 가족이 되는 것은
'태어나 보니 부모가 저 사람'인 것과는 다르게
나의 선택의 결과이니까,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족과 부딪히면서 갖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형, 나는 사랑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
관계라는 것이 어찌 백 프로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만났기 때문에 어쩌면 좀 더
서로에게 너그러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니까 이렇게 해도 되겠지,
엄마 아빠가 이 정도도 못해줘?
언제 해달래?
누가 낳아달랬어? 와 같은..
부모에게 대못을 박는 문장들을 날릴 일도 없을 거고
반대로
내가 어떻게 널 키웠는데..
네가 이 집의 희망이다!
다 너를 위해서 하는 거야.. 와 같은
아이를 점점 더 숨어버리게 만드는 단골 레퍼토리도 없겠지.
오히려 서로가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며
진짜 가족, 그리고 서로가 그리는 이
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향해
서로가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
"어른이라고 다 어른스러울 필요 있나요?"
실제로 이 소설 속에 나오는 NC센터와 같은 사회가
올 거라곤 생각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가족'을 저렇게 한 걸음 떨어뜨려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처럼 안될 테고.. 그게 또 가족이라는 관계이지만 ㅜㅜ)
부모도 예행연습 없이 부모가 되어버렸을 것이고
서툴지만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실수를 할 테고
아이는 갑갑해질 거고.
삶이란 결국 몰랐던 것을 끊임없이 깨달아 가는 과정이고
그것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긴 여행 아닐까?어른이라고 다 알 순 없고,
평생 하나씩 배워가는 거니까
대신 그냥 솔직해지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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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이희영 작가의 장편소설 『페인트』의 양장본이 출간되었다. 『페인트』는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2019년 4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반년 만에 5만부가량 판매되는 등 독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국가에서 센터를 설립해 아이를 키워 주는 ‘양육 공동체’가 실현된 미래 사회, 청소년이 부모를 직접 면접 본 뒤 선택하는 색다른 풍경을 그린 이야기이다. 부모 자식 관계란, 나아가 가족의 의미란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수작이다. 중국, 대만, 베트남- 저자
- 이희영
- 출판
- 창비
- 출판일
- 20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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